오후 5시 01분의 마감선 — AI와 전쟁 사이, 앤스로픽이 선택한 것
오후 5시 01분의 마감선
2026년 2월 24일, 화요일.
다리오 아모데이는 오전부터 계속 같은 문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직접 보내온 메시지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금요일 오후 5시 01분까지 결정하라. 클로드의 사용 제한 조항—자율 무기와 국내 대규모 감시에 대한 금지 조항—을 계약에서 삭제하지 않으면, 앤스로픽은 국가 안보의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될 것이다.
72시간.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샌프란시스코의 3월이 코앞이었고, 만(灣) 위로 엷은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지난 여름, 앤스로픽은 국방부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클로드는 기밀 네트워크에 배치된 최초의 프런티어 AI 모델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훈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훈장이 올가미로 변해 있었다.
"우리가 먼저 제안한 조항들이에요." 옆에 앉은 법무팀장이 말했다. "국방부도 처음엔 동의했고요."
"알아." 아모데이가 짧게 답했다.
워싱턴 D.C., 같은 날 오후.
펜타곤의 어느 회의실에서 한 관료가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협상은 끝났다고 봐야죠."
국방부의 논리는 명확했다. 전장에서 AI 시스템이 승인을 기다리며 멈춰 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예외를 허용하는 순간, 그 예외가 균열이 된다. 군은 모든 합법적 목적에 AI를 사용할 권리가 있어야 했다. 민간 기업이 군사 작전의 경계선을 긋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뉴욕의 한 오피스 빌딩 고층에서는 샘 알트먼이 메모 하나를 검토하고 있었다. 오픈AI의 법무팀이 수일째 작업해온 문서였다. 국방부가 분류 네트워크에서 오픈AI의 모델을 배치하겠다는 제안을 먼저 넣어온 건 지난주였다. 타이밍이 묘했다. 알트먼은 공개 석상에서 아모데이의 우려에 공감을 표명했지만, 서랍 속의 그 메모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월 26일, 목요일.
아모데이는 긴 성명을 직접 썼다.
우리는 오늘날의 프런티어 AI 모델이 완전한 자율 무기에 사용될 만큼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허용하는 것은 미국의 전투원과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국내 대규모 감시는 기본권의 침해다. 우리는 양심에 따라 이 요구에 응할 수 없다.
성명이 공개된 직후, 실리콘밸리에 파문이 일었다. AI 업계 대부분이 앤스로픽 편을 들었다. 한 벤처 투자자는 트위터에 썼다. "이건 기업의 법적 원칙에 관한 문제다." 다른 누군가는 반박했다. "군이 민간 기업의 사용 약관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건가?"
2월 27일, 금요일. 오후 4시 47분.
앤스로픽의 법무팀은 14분 남은 마감 앞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오후 5시 14분, 헤그세스 장관의 X 게시물이 올라왔다.
국방부를 "전쟁부"로 지칭한 그 게시물에는 앤스로픽을 국가 안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미국 기업에게 이 명칭이 붙은 것은 전례가 없었다. 이 지정은 통상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외국 적대 세력에게 사용되는 것이었다.
17분 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연방 기관 전체에 앤스로픽 기술의 즉각 사용 중단을 지시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샘 알트먼이 X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오픈AI가 국방부와 기밀 네트워크 배치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주말, 어딘가의 작전실에서.
화면에는 이란의 군사 표적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분석관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시스템은 여전히 앤스로픽의 클로드였다. 블랙리스트 지정 이후에도 6개월의 전환 기간이 있었고, 그 사이의 작전은 계속되어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로드는 이란 공습 계획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나라가 '위험하다'고 지정한 AI를, 동시에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3월 9일.
아모데이는 소장 제출 전날 밤 늦게 혼자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앤스로픽은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지정 취소와 집행 정지 명령을 청구할 것이었다.
우리는 이 조치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가 작성할 블로그 포스트의 첫 문장이었다.
그는 창을 닫지 않고 자리를 떴다. 화면에는 클로드의 인터페이스가 켜진 채로 남아 있었다. 빈 입력창이 깜박이고 있었다.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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