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덕분에 나는 강남에 산다 - 엔비디아 투자 5년간의 기록
젠슨 황 덕분에 나는 강남에 산다
모두가 말렸던 그 투자
2020년 가을, 김민준은 서울 노원구 월세방에서 라면을 끓이며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32세. 중소 IT 회사의 개발자. 월급 320만 원. 적금 잔고 2300만 원. 그것이 그의 전부였다.
화면에는 엔비디아 주가 차트가 열려 있었다. 당시 주가는 주당 약 130달러 수준이었다. 민준은 몇 달 전부터 GPU 관련 논문과 AI 트렌드 기사를 읽으며 혼자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AI 연산은 엔비디아 칩 위에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지금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어 있다.
그는 적금을 깼다. 2300만 원을 환전했다. 그리고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했다.
주변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형은 전화로 소리를 질렀다. "야, 그 돈이 얼마인데 주식에 다 박아? 그것도 미국 반도체 회사?" 직장 동료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요즘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은데, 너 혹시 뇌동매매하는 거 아니야?" 어머니는 "그냥 전세 보증금 보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민준은 들었다. 그리고 팔지 않았다.
젠슨 황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된 날
투자를 결정한 직후 민준은 엔비디아를 더 깊이 알고 싶었다. 실적 보고서를 읽고, IR 자료를 뒤졌다. 그러다 2020년 GTC 키노트 영상을 발견했다. 가죽 재킷을 입은 60대 남자가 무대 위에서 GPU 아키텍처를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젠슨 황이었다.
민준은 그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그리고 다시 봤다. 젠슨 황이 말하는 방식이 특별했다. 기술을 설명하는데 마치 미래를 보고 온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AI가 의료를 바꾸고,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고, 기후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우주를 탐사하는 모든 연산의 중심에 GPU가 있을 것이라고. 그것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논리가 있었고, 데이터가 있었고, 이미 실현 중인 사례들이 있었다.
민준은 그날 밤 일기에 짧게 썼다.
"이 사람은 진짜다."
이후 민준은 젠슨 황의 인터뷰, 강연, 졸업식 축사, 심지어 대만 시절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이야기까지 찾아 읽었다. 대만에서 열 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기숙학교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학비를 벌었던 소년이, 스탠퍼드 전기공학 석사를 마치고 서른 살에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한 이야기. 창업 초기 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을 때 젠슨 황이 직원들 앞에서 했다는 말이 민준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민준도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적어도 엔비디아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 것 같았다.
버티는 것이 전략이었다
2021년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민준의 계좌 잔고가 4000만 원을 넘어섰다. 팔고 싶은 충동이 왔다. 두 배가 됐으니 이쯤에서 수익을 실현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민준은 팔지 않았다. 젠슨 황의 로드맵은 아직 절반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었다. ChatGPT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2022년이 되자 시장이 흔들렸다. 금리가 급등하고 기술주가 폭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도 절반 가까이 빠졌다. 민준의 계좌는 한때 원금 아래로 내려갔다. 형이 다시 전화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빨리 손절해." 어머니는 "남은 것이라도 건져라"고 했다.
민준은 그 시기에 오히려 추가 매수를 했다. 월급에서 100만 원씩 아껴 매달 엔비디아 주식을 사 모았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엔비디아의 사업 모델이 망가진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흔들린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젠슨 황은 여전히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서서 다음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있었다.
2023년, 세상이 바뀌었다
2023년 초 ChatGPT가 폭발했다. AI라는 단어가 모든 뉴스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오픈AI, 구글, 메타, 아마존이 앞다투어 AI 인프라 투자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 모든 투자의 종착지가 엔비디아 GPU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다 빠르게, 그러다 수직으로.
민준은 계좌를 자주 열지 않으려 했다. 숫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출근 전에 무심코 앱을 열었다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계좌 잔고 11억 원.
그는 한동안 화면을 그냥 바라봤다. 숫자가 맞는지 세 번 확인했다. 손이 조금 떨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소리를 지르거나 뛰고 싶다는 충동보다, 조용히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먼저 왔다.
노원구 월세방에서 라면을 끓이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그 선택이 생각났다. 그리고 가죽 재킷의 그 남자가 생각났다.
강남 아파트, 그리고 새벽의 다짐
민준은 2024년 초 엔비디아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 수익 실현과 동시에 인생의 목표였던 것, 아니 솔직히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강남구 아파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잔금을 치르던 날 민준은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나와 혼자 근처 카페에 앉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강남의 거리가 보였다. 4년 전 이 동네는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사는 곳처럼 느껴졌다.
이제 자신이 그 세계 안에 있었다.
민준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1년 전부터 젠슨 황의 사진이다.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 위에서 웃고 있는 그 사진. 회사 동료들이 이상하다고 해도 바꾸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 사람의 비전이 나침반이었어요. 존경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이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를 배우고 싶습니다."
민준은 지금도 매달 엔비디아 주식을 산다. 강남 아파트에 살게 됐다고 해서, 젠슨 황이 그리는 미래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로봇공학, 자율주행, 의료 AI, 기후 시뮬레이션. 아직 실현되지 않은 그 미래들이 여전히 앞에 있다.
새벽 다섯 시, 강남의 새 집 창가에 앉아 민준은 오늘도 젠슨 황의 최신 인터뷰를 튼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이 사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련 글
1. 우리가 멈출 수 없는 파도 앞에 서서 - AI 시대, 한 가장의 담담한 독백
2. 기계가 내 자리에 앉던 날 - 아마존 5년, 그리고 하루아침의 통보
3. 막히는 강변북로에서 나는 미래를 본다 - 테슬라가 곧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