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데이터를 먹고 산다" — 팔란티어 AI 전장을 목격한 종군기자의 현장 르포 [2026 가상]
"신은 데이터를 먹고 산다" — 팔란티어가 지배하는 전장을 목격하다
가상 종군기자 이재원 특파원, 페르시아만 전방지휘소 현장 르포
[페르시아만 전방지휘소 = 이재원 특파원]
현지시각 2026년 3월 9일 새벽 2시 41분. 나는 지금 손이 떨리는 채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포격 진동 때문인지, 방금 내가 목격한 것 때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편집장은 출국 전날 밤 전화로 말했다. "역사적 현장이야. 네가 가야 해." 나는 그 말을 믿었다. 25년 경력의 기자로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를 다 거쳤다. 전쟁이 어떤 냄새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화약, 먼지, 공포, 땀. 그런데 이번 전장에는 그 냄새가 없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커피 냄새가 전부다. 그것이 가장 낯설고, 가장 무서운 이유다.
▶ 지휘통제 텐트 안 — 전쟁이 사라진 전쟁터
미 중부사령부 전방지휘소 접근 허가를 받기까지 17일이 걸렸다. 세 기관의 신원 조회와 두 번의 브리핑, 그리고 취재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마지막 검문소에서 중위가 내 위성전화를 압수하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팔란티어 네트워크 보안 구역입니다."
텐트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나는 멈춰 섰다. 전쟁 지휘소를 수십 번 취재했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다. 고함도, 지도판도, 붉은 핀도 없었다. 열 개의 대형 모니터가 벽을 가득 채우고, 그 앞에 스물여덟 명의 분석관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간간이 키보드 소리만 났다. 마치 강남의 어느 IT 기업 야근 풍경 같았다.
가운데 대형 화면에는 이란 전역의 위성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수백 개의 붉은 마커가 깜빡이고 있었다. 각 마커 옆에는 숫자가 달려 있었다. 0.91, 0.87, 0.74. 내 옆의 대위가 설명했다. "타격 우선순위 확률값입니다. 팔란티어 AIP가 실시간으로 계산합니다." 나는 받아 적으면서 손가락이 굳는 것을 느꼈다. 지도 위의 점들. 그 점들이 무엇인지, 나는 끝까지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 킬체인 7분 — 기자가 목격한 현대전의 속도
취재 이틀째 새벽, 나는 실제 타격 결정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사전 고지는 없었다. 분석관 한 명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말은 없었다. 지휘관이 화면 앞으로 걸어와 35초간 바라봤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헤드셋을 통해 짧은 숫자 코드들이 오갔다.
4분 17초 후, 북쪽 방향에서 낮고 긴 폭음이 들렸다. 텐트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모니터 위의 마커 하나가 붉은색에서 회색으로 바뀌었다. 방 안의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분석관들은 계속 타이핑했다. 아무도 숨을 고르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을 기록하면서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쟁에는 원래 무게가 있어야 한다. 결정의 무게, 결과의 무게. 그런데 그 방 안에서는, 마커 하나가 회색이 되는 것과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이 같은 온도로 느껴졌다. 그것이 효율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미군은 작전 개시 24시간 만에 이란 내 1,00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는 AI 없이는 불가능한 속도다. 대위는 이 숫자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받아 적으면서 1,00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려 했다. 되지 않았다. 숫자는 그래서 위험하다.
▶ 현장 인터뷰 — "처음엔 게임 같았다"
한국계 분석관 박 모 하사(28·버지니아 출신)를 교대 휴식 시간에 만났다. 팔란티어 고담(Gotham) 플랫폼 운용 교육을 6개월 이수했다고 밝혔다.
"처음 이 시스템 앞에 앉았을 때 어땠냐"고 물었다.
"솔직히 게임 같았어요. 인터페이스가 너무 잘 만들어져 있거든요. 화면이 깔끔하고, 데이터가 예쁘게 정렬되고, AI가 '이 타깃, 확률 0.91, 예상 효과 A등급'이라고 알려줘요. 버튼 누르는 것도 쉽고요."
"지금은요?"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침묵했다.
"지금도 게임 같아요. 그게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근데 그게 저 혼자 느끼는 건지, 다들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런 얘기는 안 하거든요."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초등학교를 타격해 100명 이상의 여학생을 사망케 한 이란 미나브 공습 이후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나는 그 사건을 언급했다. 박 하사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커피를 들었다.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 책임의 공백 — 누가 결정했는가
취재 나흘간, 나는 단 한 명에게도 "내가 결정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분석관은 "AI가 제안했다"고 했다. 지휘관은 "분석 결과를 승인했다"고 했다. 팔란티어 현지 기술 담당자는 "의사결정권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고 했다.
팔란티어는 AIP 내부에 모든 결정 과정을 기록하는 디지털 감사 추적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기록은 완벽하다. 누가 어느 화면을 몇 초 봤는지까지 남는다. 그런데 그 기록을 다 합쳐도 "결정한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분석관은 제안받았고, 지휘관은 승인했고, AI는 계산했다. 책임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증발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AI 기술은 민주주의 국가의 군사력에 적극 활용돼야 하며, 기술 기업이 군사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밝혔다. 나는 그 말이 틀렸다고 단정 짓지 않는다. 그러나 책임 회피가 나쁜 것이라면, 책임을 알고리즘과 나눠 갖는 것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나는 아직 그 단어를 찾지 못했다.
▶ 기자 수첩 끝에서
귀국 비행기 창밖으로 페르시아만이 보였다. 파랗고 조용했다. 저 아래 어딘가에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위성 영상, 드론 피드, 통신 감청 데이터를 초당 수만 건 처리하며 다음 0.91의 마커를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작전 기간 팔란티어 주가는 1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평균 상승률은 0.13%였다. 어딘가에서는 이것이 성공의 증거가 된다.
나는 노트북 앞에 한참 앉아 있었다. 기자는 본 것을 쓴다. 나는 텐트를 봤고, 모니터를 봤고, 마커가 회색으로 바뀌는 것을 봤고, 북쪽 하늘이 주황빛인 것을 봤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들 사이에서 내가 느낀 것 — 그것은 아직 기사가 되지 않는다.
이 르포에서 내가 쓰지 못한 것이 가장 많은 취재였다.
[페르시아만 전방지휘소 = 이재원 특파원]
이 르포는 팔란티어의 공개된 기술 자료, 복수의 언론 보도, 그리고 가상의 취재 경험을 결합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대화·작전 묘사는 창작이며, 실제 사건이나 군 관계자를 묘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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